생명력이 움트는 봄을 맞이하는 전주
두터운 옷깃을 여미던 긴긴 겨울의 기세가 한풀 꺾이고 어느새 불어오는 바람에 온기가 느껴지는 듯하다.
언제 끝날까 싶던 겨울이었는데 벌써 봄의 시작이 성큼 다가왔다. 눈에 보이는 달력 숫자의 변화보다 오는지 안 오는 지도 모르고
갑자기 맞이한 계절의 변화는 반가움과 설렘을 동시에 느끼게 해준다.
사계절 모두 나름의 아름다움과 멋을 가지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봄은 설레는 시작을 알리는 가장 반가운 계절이 아닐까?
새로운 한 해의 시작, 새로운 학기의 시작, 새로운 다짐의 시작. 이토록 시작이라는 말과 어울리는 계절은 없을 것이다.
‘봄’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무엇이 있을까? 연둣빛 움트는 새싹과 피어오를 준비를 하고 있는 꽃봉오리, 따사로운 햇살 같은 게 아닐까?
지금 전주의 봄을 가장 먼저 느낄 수 있는 봄맞이 장소로
백매화가 아름다운 경기전과 봄빛 머금고 피어난 산수유가 있는 향교를 방문해 보기를 추천한다.
은은한 백매화 향기로 봄을 알리는 경기전
전주의 멋을 체감할 수 있는 한옥마을, 그리고 고즈넉하고 조용한 경기전을 거닐면 은은한 매화향기가 절로 발걸음을 붙잡는다.
매화나무는 잎보다 꽃이 먼저 핀다. 꽃이 피는 시기에 따라, 꽃잎의 색깔에 따라 이름도 가지 각색이다. 눈 속에 고고히 피어난 설중매(雪中梅)도, 수줍은 붉은빛 머금은 홍매화(紅梅花)도 아름답지만 경기전 사고 주변에 심어진 매화나무 가지마다 소복하게 피어난 백매화(白梅花)는 경기전 풍경과 어우러져 더욱 단아하고 기품 있는 아름다움을 자아낸다. 몇 그루 안되는 매화나무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아름다운 자태가 더 돋보이는 듯하다.
선비들이 유독 매화를 사랑한 이유가 여린 꽃잎으로 고고히 추위를 떨쳐내며 봄을 맞이하는 강인함과 화려하게 꾸며내지 않아도 은은하게 배어나 절로 마음을 사로잡는 향기 때문은 아닐까?
따사로운 봄볕 가득한 노란빛 산수유, 향교
경기전에서 백매화의 기품과 향기로 봄을 만끽했다면 이제 향교로 발걸음을 옮겨보자. 향교 입구 만화루를 지나고 아직 봄을 맞이하지 못한 은행나무들을 지나면 공자를 비롯한 여러 위인들의 신위를 모신 대성전이 나온다. 이 대성전 뒤편으로 가면 노랗게 꽃을 피우기 시작한 산수유나무가 우리를 반긴다. 전주향교는 수백년 거목인 은행나무들이 노랗게 물드는 가을도 아름답지만, 그때의 노란빛이 익어가는 화려한 채색이라면, 산수유가 피기 시작한 지금의 전주향교는 따사로운 봄볕을 머금은 노란 꽃잎이 잔잔한 감상을 준다. 백매화가 의연하게 봄을 맞이하는 선비 같은 느낌이라면, 귀엽게 올망졸망 피어난 산수유 꽃은 다가오는 봄을 설레는 마음으로 맞이하는 순수한 아이 같은 느낌이다.
지금 전주에 왔다면 노란 산수유가 수줍게 꽃망울을 틔우며 설레는 봄을 맞이한 향교를 거닐어 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