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막걸리만큼이나 풍성하고 맛깔나는 안주
멋들어진 한상차림! 전주 막걸리 골목
전통주 중에서도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탁주는 한국인들이 천 년 넘게 즐겨오던 술이다. 고두밥과 밀누룩에 물을 섞어 발효시킨 후 양조된 술덧을 거칠게 걸러낸 탁주는 ‘막, 금방 걸러낸 술’이어서 ‘막걸리’라는 명칭을 얻게 되었다. 이런 막걸리는 우리 조상들에게 피곤함을 풀어줬던 존재였다. 농경사회였던 우리나라에서 서민들에게 막걸리는 가장 쉽게 구할 수 있는 술이었고, 고된 농사일로 힘들 때마다 노동요와 함께 그들의 고단함을 달래주는 유일한 친구였다. 그런 막걸리를 즐길 수 있는 곳, 바로 전주에 있다.
전주 막걸리는 우리나라 3대 막걸리 중의 하나로 꼽힌다. 그 유명세 덕분에 막걸리는 비빔밥·한정식·콩나물국밥과 더불어 ‘맛의 고장’ 전주를 대표하는 음식이 됐다. 이곳에선 어떤 안주를 시켜야 하나, 라는 고민은 필요 없다. 그저 “막걸리 한 주전자”만 외치면 눈앞에 푸짐한 안주 한상이 차려진다. 저마다 맛깔스럽게 요리해낸 안주와 구수한 막걸리 맛 덕분에 눈이 즐겁고 입이 즐거워 절로 흥이 난다.
전주미래유산으로 지정된 삼천동 막걸리 골목
막걸리가 국민 전통주로 각광을 받으면서 1990년대부터 막걸리집이 많이 들어와 모이면서 막걸리 골목이 형성되었고, 현재 전주시 내에는 경원동, 삼천동, 서신동, 인후·우아동 등 다양한 막걸리 골목이 있다. 전주 막걸리 골목은 단순한 술집 거리 그 이상의 이야기와 따스함이 묻어나는 곳이다. 이곳에 발을 들이는 순간, 골목을 가득 채운 정겨운 웃음소리와 함께 전주의 따뜻한 정서가 마음을 휘감는다. 막걸리 한 사발이 놓인 테이블 위로는 오랜 친구와의 추억, 새로운 만남, 그리고 그날의 온기가 함께 흘러내린다. 특히 삼천동 막걸리 골목은 ‘전주미래유산’으로 지정된 막걸리골목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곳이다. 이 골목은 전통 막걸리의 풍성한 매력과 다양한 안주를 즐길 수 있는 곳으로, 특히 200미터에 이르는 골목길을 따라 20여 개의 막걸리집들이 모여 있어 개성 넘치는 분위기를 제공한다. 전주 막걸리 특유의 푸짐한 상차림과 더불어, 각 집마다 차려지는 독특한 안주들이 방문객의 발길을 사로잡는다.
전주 막걸리 골목이 유명한 이유
전주의 막걸리는 오래전 전국 최고의 생산지로 각광을 받았었다. 시대 변천에 따라 그 수요가 급감하다가 최근 막걸리가 전통 국민주로 각광을 받으면서 이곳 일대를 중심으로 막걸리 거리가 조성되고 새로운 전주의 명물로 자리 잡게 되었다. 또한 막걸리에 한약을 넣어 끓인 모주와 바나나, 밤, 검은콩 등을 첨가한 이색 막걸리도 있어 취향 따라 골라 마실 수도 있다. 막걸리 골목은 단순히 술을 마시는 장소가 아닌, 마음과 마음이 교감하는 자리이다. 오래된 가게의 나무 테이블에 앉아 소박한 막걸리 잔을 나누다 보면, 세월의 흐름마저 잠시 멈춘 듯한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 함께 웃고, 함께 마시며, 이곳에서는 누구든 따뜻한 정과 유대감 속에서 잠시나마 일상의 무게를 내려놓을 수 있다. 막걸리 골목의 특징은 단연코 소박하면서도 풍성한 안주들이다. 막걸리 한 잔을 주문하면 끝도 없이 차려지는 안주들이 순박하면서도 정성스레 준비된 느낌을 준다. 김치전의 바삭한 소리, 된장찌개의 구수한 냄새, 그리고 윤기 흐르는 보쌈 고기 한 점이 마치 가족과 함께하는 저녁 식사를 떠올리게 한다. 음식을 나누며 이야기를 나누는 순간, 마음까지 채워지는 듯한 따스함을 느낄 수 있다. 한 잔의 막걸리가 전해주는 소박한 행복이 무엇인지를 전주 막걸리 골목에서 비로소 깨닫게 된다.
여럿일 때 더 푸짐하고 맛있는 막걸리 한상
전주 막걸리 한상은 여럿이 함께할 때 그 푸짐함과 정이 배가된다. 막걸리 한 주전자만 주문해도, 잔을 나누며 이어지는 다양한 안주가 테이블을 가득 채우는 것이 전주의 막걸리 문화의 특징이다. 보통 한 집에서 제공하는 안주만 해도 10여 가지가 넘는 경우가 많고, 막걸리 한 주전자를 추가할 때마다 새로운 안주가 차려진다. 전주의 막걸리 상차림에는 고소한 부침전, 뜨끈한 찌개, 산뜻한 나물무침 같은 소박한 음식부터, 고기와 해산물 요리 같은 푸짐한 메뉴까지 다채롭게 제공된다. 그 큰 상 위에 음식들이 가득 채우다 못해 접시를 겹쳐 놔야 할 정도로 메뉴가 풍족하게 올라온다. 한 잔을 마실 때마다 하나하나 차려지는 안주들은 마치 작은 잔칫상을 펼쳐 놓은 듯한 기분을 준다. 보기만 해도 황홀한 안주 한상에 한 잔, 두 잔 술을 기울이다 보면 흥에 취하고, 산뜻하면서도 색다른 막걸리 맛에 취하는 소박하지만 진한 정을 나누는 자리이다. 막걸리 특유의 부드럽고 고소한 맛은 서로 다른 안주들과 자연스레 어우러지며, 나누는 대화와 웃음 속에서 그 맛은 더욱 빛을 발한다. 이처럼 여럿이 함께 나눌 때, 막걸리 한상은 더 풍성하고 다채로워져 먹는 즐거움과 함께 사람들 간의 정까지 더 깊어진다.